1주일간 혼자 템플 스테이하기 - 첫번째 충북 반야사 (반야사-축서사-화암사)

8월의 마지막 주, 도시는 아직 뜨거운 더위가 한창인데 산속에 들어오니 찬바람이 불어온다.
이번 휴가는 1주일 동안 3개의 절에 머물러 보기, 그 첫 번째가 반야사이다.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했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1인 독채를 추가금을 내고 예약을 하였다.
휴가철이 끝나서 인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휴식형을 선택하여서 스님들도 특별한 규칙을 강조하기보다는 편안하게 쉬고 가라며 안내를 해 주었다.

자차를 이용해서 절에 방문하면 바로 절 앞까지 가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의 '천천히'라는 말이 갑자기 와 닿았다.

가장 안족에 템플스테이 신청자만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었다. 이렇게 구분해 놓으면, 평소 방문하는 관광객들과 분리가 되어서 좋더라.

원래는 2인실인데, 추가금을 내면 혼자서 사용이 가능하다. 에어컨과, 보일러, 그리고 방 안쪽에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다 마련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편하다. 목공예로 따로 만든듯한 책상과, 책선반이 있어서 머무르는 동안 잘 이용하였다.
이번 휴식형에서 가장 원했던 게 쉬면서 독서를 하는 것이었는데, 저렇게 책상을 문 앞에 놓고 밖을 바라보면 책이 2배로 빨리 읽혔다. 그 어느 북카페보다 좋은 환경이었다.

이번에 들른 3개의 절 중에, 반야사가 가장 정감 있고, 아늑한 느낌이 있었다. 건물들 하나하나가 다 역사가 있어 보였고, 주변 풍경도 완만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물줄기로 둥그렇게 둘러 흐른다.
역사가 느껴지는 돌탑과, 배롱나무, 그리고 절 뒤에 병풍처럼 세워진 호랑이 모양의 자연풍경이 조화로웠다.

휴식형이라 다른 것들은 쉬엄쉬엄해도 되지만, 공양시간은 정말 딱 지켜야 한다. 모두들 하는 말이지만, 절밥은 생각 외로 정말 맛있고 배부르다.

반야사는 방문객 들을 위해서 반야몰이라는 카페와 상점을 운영한다. 카페에서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는 약간의 할인 혜택도 적용해준다. 옆으로 흐르는 냇물 소리를 들으며 차 한잔 하는 것도 천상의 경험이다.

그리고 템플스테이에서 특별한 경험 중 하나는 새벽예불이다. 각 절마다 시간이 약간 다른데, 거의 새벽 4시 전후로 예불을 드린다. 혼자였으면 산속에 새벽에 주위를 돌아다닌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서, 새벽예불이 더 크게 다가왔던 거 같다. 어디서도 못해볼 경험인 듯했다.
아직은 깜깜한, 어쩌면 통 트기 전이니, 가장 깜깜한 새벽에, 별빛과, 대웅전 안쪽의 불빛만으로 목적지를 찾아가고 그 속에서 조용하게 예불을 드리는 경험은 템플스테이에서나 할 수 있는 가장 큰 경험인 듯하다.
1주일간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공양시간은 가끔 빼먹어도, 새벽 예불은 한 번도 빼놓지 않았다.

새벽 예불을 드리고, 아침 공양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 사찰을 둘러볼 수 있는데, 이 시간이 새벽 6시이다.
새벽 6시이면 약간은 스산한 느낌이어서, 혼자서 숲길을 걷는 것이 좀 무섭기도 하다.
반야사 사찰에서 관음상을 보려면 구수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 숲 속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 이게 은근히 새벽에 혼자 하려면 무섭다. 혼자서 억지로 크게 소리를 내면서 나무 숲을 뚫고 가면, 이렇게 짠~하고 관음상이 연꽃연못에 우뚝 서 계신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관은 해수상 뒤쪽에 해돋이의 해가 비치면서 붉게 물든 산 봉우리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해 뜰 녘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

혼자서 또 하나 도전해야 할 곳이 있다. 절 중간에 산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문수전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이 높은 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라가면 그리 큰 공간은 아니지만, 이른 아침은 이곳을 혼자서 다 누릴 수가 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자연스럽게 경건해지고, 절에 들어가 108배로 맘을 다 잡는 시간을 갖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 편백나무 숲을 뚫고 지나가면, 반야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대 자연 안에 쏙 들어가 있는 반야사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리고 나무 숲 사이에 숨어있는 문수전을 찾는 재미도 있다.
이렇게 날씨까지 너무 좋고, 모든 게 완벽했던 템플스테이의 2박 3일을 마쳤다.
당연히 오래오래 머물면 더 좋겠지만, 1박 2일보다는 템플스테이의 정신을 느끼려면 2박 3일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 같다. 빽빽이 짜인 스케줄이 아니라 그 사이사이 빈 공간이 너무나 평화 로웠고, 아무것도 안 함이 정말 많은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가끔 템플스테이를 겁내 하거나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친절한 보살님들, 스님들이 있으며, 더 위에 어쩌면 가장 자비로우신 부처님이 있으니 아무 걱정 없이 와도 될 듯한 템플 스테이다. (참고로 나는 무교다.)
처음엔 예불하는 거, 절하는 거, 절사 돌아다니는 거, 밥 먹는 거 모든 게 다 어려워 보이고, 눈치가 보이는 듯 하나, 곧 편안해지고 내 집 같은 느낌의 템플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엔, 짐을 다 싸고, 다시 한번 절 안의 부처님들께 인사를 한 번씩 드리고 스님들과, 보살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2번째 절인 경북의 축서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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